2006년 08월 24일
Memories of Clara

벤쿠버 어학연수 시절 한 여성을 알고 지냈었다.
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고 많은 나이에도 외국까지 공부를 하러 온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특별히 이쁜 외모도, 똑똑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귀엽고 성실하며 활기찬 사람이었다.
그녀와 나는 같은 학원을 다녔고 성격도 잘 맞았기에 가끔씩은 같이 식사를 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꽤 긴 애기를 나누었고 그러다 지겨워지면 같이 바닷가를 걸은 후 그녀의 아파트 앞까지 바래다 준 뒤 돌아오곤 했었다.
그녀와 나는 로맨스 소설속의 연인들 같은 관계는 아니었다.
생각해보건데 충분한 환경과 조건이 갖추어졌음에도 우리는 그저 아주 친한 친구였다.
가끔씩 농담삼아 서로가 이성이 아닌 동성 친구같다고 말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세상이 애정만으로 움직이는것은 아니며 우정 또한 애정의 일부인것을.
또한 그녀는 독실한 종교인이라 특별한 종교가 없는 나를 무던히도 교회로 데려가려 애를 썻다.
물론 고집세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던 나는 끝까지 도망다니는 쪽이었다.
그녀가 학원을 옮기고 새 친구가 늘어난 뒤에는 조금 뜸해지긴 했었지만, 그럼에도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일요일 오후 문득 서로 연락을 하곤 했다.
밴쿠버에서 알게된 친구들이 대부분 귀국하고 제일 마지막으로 귀국할 무렵, 유일하게 공항까지 배웅을 나와준것도 그녀였다.
클라라는 뭔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한국에 돌아온다는 들뜬 마음에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그때 느껐던 감정이 나의 착각인지 어떤지는 알지 못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것은 우리가 첫사랑을 나누는 수줍은 연인같았다거나, 혹은 그런 관계로 발전해야 했다는것이 아니다
단지 나는 지금,
세월이 흘러 아름답던 계절이 지나고 그때의 사람들과 웃음소리들이 추억이 되어버린,
다시는 돌아갈수 없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것들을 그 시절 보내버렸다는것을 알게 된 28살의 바로 지금에서야,
그 시절을 후회하며 안타까워 하고있다.
나는 그녀에게 더욱 더 잘해주었어야 했다.
그녀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녀서도, 높은 교양을 가져서도, 가슴 두근거리는 감정을 품게 해서도 아닌,
단지 클라라는 내가 평생에 만날 수 있었던 정말 몇 안돼는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보여주었던 미소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같이 공유했던 수많은 감정들....
수고로움을 수고로워 하지 않고, 남을 배려할줄 알며, 같은곳을 바라볼줄 알던 사람....
아아....과연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처럼 멋지고 좋은 사람을 만날수 있을까?
클라라는 고향이 전주라 했다.
귀국하고서도 한동안은 그녀와 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았으나 어느날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오래전 한 외국 친구를 통해서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바람결에 전해 들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고, 그녀의 나이가 결혼을 서둘러야 할 정도라는것을 알고 놀랐었다.
(클라라는 나이를 밝히는것을 무척 싫어했고 끝까지 나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몇번이나 예전의 주소로 메일을 보냈지만 받지 못한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여전히 연락은 되고 있지 않다.
지금이라도 연락이 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고마웠다라는 말도 함께....
# by | 2006/08/24 23:37 | Message from lif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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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길.
따스한 커피 같은 기억만으로도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나봐 ^^;
by 하나씨